늦가을 정취도 남아 있지만
땅이 얼고 살얼음이 언다는 소설
산간지방은 영하의 날씨라
겨울 준비를 하고 길 나선다
출발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늦게 출발해도 근처 휴게소에서
시간을 보내다 이화령 도착
차가 꼬불꼬불 오를 때
자전거 업힐로 쌕쌕 거리며 올랄던 기억에
감회가 새롭다
이화령 고개에 내리니
역시 알싸한 바람이 몸을 움추리게 한다
이번엔
충북 괴산과 경북 문경 사이를 걷는
완전 C자형 산행코스다
03:12,
터널 바로 옆 열려있는 펜스문에
백화산 10km 표지판 따라
바로 오르막을 오른다



쭈욱 오르막을 올라서면
걷기좋은 육산길이 이어지고
큰 고개는 없지만 야트막한 오르막을
오리락 내리락 시소 타듯이 오르내리며
걷는 산길이다

올 일년도
어느듯 다 가는구나
싱그럽던 연두색 아래를 걸으며
온 마음이 연두에 물들었던 산길
시퍼렇던 초록색 숲속을
발이 파랗게 물들며 걸었던 산길
알록달록 붉게 물든 단풍은
채 다 느끼지도 못하고
추풍 낙엽 위를 바스락 바스락 걸으며
머잖아 하얀 눈위를 사그락 사그락 걸을
날이 곧 도래할 것이다

새들이 들고나는 조봉을 지나 ~
황학산도 훨 훨 넘고 ~



05:36,
빡센 오르막 없이 쭉 쭉 걷다보니
10km지점인 백화산까지 단숨에 와버렸다
오르내림이 심하고 산길이 거칠어야
선두 중간 후미가 생기는데
다 함께 도착한 무서운 발걸음

깊은 산속으로 빠져들 수록
밤하늘의 별은 더욱 선명하다

백화산을 넘어서서 부터는
오르내림의 경사가 심해지고
지면도 돌길과 바위길로 바뀐다
대간팀은 너무 전투적이라
식사 시간도 정말 간단 식사로
하는 둥 마는 둥
밤새 달려왔으면 앉아서 휴식도 좀 취하면
좋으련만 서서 먹거나
후다닥 먹고 또 배낭을 메고 내뺀다 ㅎㅎ
에라 모르겠다
감기로 못 올 걸 왔는데
밤 찬공기 흡입으로 목이 따가워
겨우 왔으니 그냥 천천히 가자



어두운 밤길은 밤길대로 좋지만
캬 ~ 아침이 밝아오고
햇살이 숲속으로 스며들면
또 새로운 기분이 충만 되면서
굽이굽이 걸어온 뒤안길을 감상하느라
자꾸만 뒤돌아 보게 된다

곰을 잡으려 곰틀을 놓았다는 곰틀봉!

히야 ~
리얼 멋지다.. 👍
리얼 아름답다.. 👍
땀 흘리며 족저를 남기고 걸어온 길이라
더 아름다운 풍광 !



임진왜란 때 이 산골짜기로 2만여가구가
이사 왔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하는
이만봉! 오랫만이구나 ~~


세상에 바위 틈에서 뿌리를 내리고
바위를 가르며 어찌 저리도 튼실이 자랐는지
위대한 소나무!

점 점 희양산이 가까워지는 절벽길
눈길이나 길이 얼면 정말 추락 위험 길이다


희양산 건너편 구왕봉!
구왕봉에서 희양산을 건너다 보면
또한 멋지다..👍


거대한 암산 덩어리의
마지막 정점 희양산!
눈 내릴 때 참으로 아름다운 곳이였는데...



사방이 가히 충북 알프스 다운 풍광들을
잠시라도 내려다 보며
산을 즐기는 시간도 필요한데
무박장거리 산행은 전투적 목적이 짙어
이 아름다운 풍광도 다 못 누린 채
무조건 달리기만 하니...
특히 희양산은 은티마을에서 환종주로
하루 여유롭게 산행도 하고
풍광도 즐기는 코스로 선택하면
참 좋겠다









하산할 땐 구왕봉 방향 정말 위험한 직벽을
아슬아슬 타고 내려가야 하는데
봉암사의 간섭과 직벽의 위험성으로
완전 통제성 철조망이 처져
우회 도로를 만들어 놨다
그 길 보다 좀 더 아랫쪽으로 내려와
성을 넘어 하산한다

자연적으로 발생한 층층 바위라고 보기엔
너무 신기할 정도로 차곡차곡 포개놓은
책장 바위들 ~




절반은 육산 길을 걷고
절반은 돌, 바윗길을 걸어 마무리 하고 내려선
마을의 편안한 늦가을 정취 길이
오늘 산행의 위안과 평안함을 준다



11:59, 21km


십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더니
사과단지 문경에 사과가 없다
은티마을로 하산해서 지나갈 때
주렁주렁 빨갛게 익어 있던 탐스런 사과를
보았고 막 딴 싱싱한 사과를 사가기도
했었는데... 세상에 사과가 하나도 없다
아예 사과나무를 대부분 뽑아버린 상태다
이 정도로 기후 변화가 빠른가...


아직도 주막집은 그대로 ~
구수한 옥수수막걸리 ~
진하게 고와 깊은 맛이 우러나는 닭백숙 ~
정말 맛있는 배추김치 ~
참고로 토종닭이라 닭볶음탕은 질겨 비강추

일찍 상경하니
넘 좋아 ~~😂
다음 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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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봉 #희양산 #은티마을 #주막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