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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오색~ 대청봉~소청대피소~봉정암~ 백담사) 역대급 태풍

yahaney 2024. 1. 14. 21:16


12월 부터
설악산 설경이 보고싶어
여러번 문을 두드렸지만
번번이 폭설로 통제에 걸렸었는데
드디어 발 들인다

그것도 통제된 구간이 많아
오색 천불동계곡 ~
오색 백담사 ~
두 코스만 가능한 상태에서
백담사 코스 선택 ~

오색 대청봉 오름길은
너덜길과 눈이 녹아 얼어붙은 빙판길이
반복되어 아이젠 하기도 안하기도
불편한 상황 ~

동계절 4시 입산
대청봉 5km
일출 07:40,
어차피 빨리 못오르는 빡센 오르막이지만
추위에 떨지않고 해돋이를 볼려고
천천히 시간맞춰 진행한다

고사나무옆 후대가 조상에 기대어
모진풍파 헤치고
새록새록 잘 자라는 모습


천천히 쉬엄쉬엄 오르지만
힘이 들수 밖에 없는 오르막

한겨울 깊은 산속 적막강산에
나무 위로 불어대는 바람소리는
거대한 파도소리 같이 세차게 들린다

정상이 가까워질 때 쯤
차디찬 하늘이 붉게 열리기 시작 ~


정상 300m 앞두고
바람 덜한 바위 옆에서
옷 장갑 모자 보온막을 철저히 재정비 한다
대부분 오색 오를 땐 더운 열기로  
외투도 벗고 얇은 장갑으로 오르므로
재무장을 하지 않으면 큰 일난다


벌써 바람이 세차다
정상을 향해 사그락 사그락 다가가는데
대청봉 가까이 다가가자마자
이게 웬일입니까 ..🥸
사진은 커녕
서 있을 수도 걸음을 옮길 수도 없을 정도로
대단한 바람의 위력 앞에 놓인 위급상황

더듬더듬 바위를 간신히  붙잡고
빨리 빠져 나가는 수 밖에 없음을 직감
동료 배낭에 매달려 걷다가 놓치고
밧줄을 잡고 매달려도 거센 파도에 휩쓸리듯
훠청대는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황
저 아래 중청까지는 가야하는데
한 발자국 떼기가 어려울 정도로
역대급 태풍 한가운데 들어와 있으니
돌 바위 밧줄 뭐라도 잡지 않으면
한 순간에 종이짝 날아가듯 공중부양 해서
저 천길 낭떨어지 계곡으로 추락할 상황

도저히 서서 걷는다는건 그냥 날아갈판
엎드려 낮은 보폭으로도
한 발 떼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마구 휘몰아치는 바람이
모자도 훌렁훌렁 벗겨낼 기세
유리 파편 같은 눈얼음 파편이 얼굴 강타
눈만 내놓은 상태에서도 강바람을 타고
얼굴을 연신 때리니 눈을 뜰 수 없고
아프고 무섭고 ㄷㄷㄷ

뒤로 옆으로 앞으로 사방 휘청거리며
넘어지고 자빠지고 ㅜ ㅜ
동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휘첨휭청
나 살겠다고 동료 배낭에 매달려
질질 끌려가다 또 놓치고 ㄷㄷ
세상에 이런 바람도 있었나 싶을 정도로
대청봉 체감온도 영하 20도 이하
인생 처음 경험하는 강태풍 앞에
한 발 떼는데 사투를 벌이며
절발 쯤 내려왔을까..

줄 잡고 걸음을 옮기려다 바람에 휘청하며
나무기둥에 가슴이 퍽 부딛혀
숨을 쉴 수가 없다 ㅜ ㅜ
바위든 나무든 뭐라도 잡을 것이 없으면
걸음을 옮기기가 넘 무섭고
간신히 데크까지 왔지만
밧줄에 매달려 휘청거리다
계속 다리쥐도 나고 힘도 다 빠지고
데크가 높으니 기어가기도 무서워
매달린 채 주저앉아 흔들거리고 있으니
두 동료가 배낭을 내려놓고 휘청거리며
데리러 온다
양쪽에서 간신히 붙들고
철거된 중청대피소 바람막이 있는 곳으로
이동,  휴 ㅡ 살았다
역시 뜨거운 동료애에 넘 감사..😭 😭

그런데
저 위에는 사투를 벌이며 내려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분명 사상자가 발생할 듯한
생생한 토네이도 체험 현장
이 상황에서도 바람막이에 기대어
동료가 영상을 담는다
저 위 위급상황 보다
다소 순하게 남았지만
살다 살다 이런 바람 생전 처음이다

07:11 ~ 07:58
불과 50분 정도의 사투가
몇 시간 된 듯한 상황

또 다시
중청에서 소청가는 길도 만만치가 않다
기운도 다 빠지고
소청까지 어찌 간단 말인가
대청봉 부근보다야 조금 낫지만
경치고 뭐고
오로지 살고자 탈출하는 셈이다

소청대피소 휴 ㅡ,,
꿈만같고
어이가 없다
그런데 다른 동료들이 오질않고 통신두절
애태우다 문자를 남기고 기다리는데
희운각대피소로 갔단다
에휴 ㅡ 어쩔수 없이 두 갈래 길

다들 넋이 반쯤 나간 상태로 몸을 녹이고
조찬을 하며 위태로웠던 상황을 되뇌었다


소청에서 봉정암으로 내려서는 길도
강바람이 불지만 다소 여유가 생김


엄청난 양의 눈이 쌓여있는 봉정암
아침을 안먹었으면 미역국을
먹었을 텐데..

눈 터널을 통과 하면서 눈의 양을 보니
그동안 설악산이 계속 통제될 수 밖에
없었겠구나 절로 실감난다


계곡 부터는 바람 없이
한결 평온한 공간을 걸으며
굽이굽이 비경 절경 설경을 구경한다


폭설에 많은 나무들이 부러지고
나무가지 치기가 절로 되어
자연 순리대로 소멸되고 정리되는
동계절의 자연생태계
물을 다 내린 상태에서 부러졌으니
고통은 좀 덜했을라나..


거침없이 쏟아져 내리던 쌍용폭포도
하얀솜이불 덮고
겨울잠을 자는듯 고요한데..


다리위에 높이 쌓인 눈
철교가 아니라 설교다
이 눈들이 녹기나 할런지..


햇살에 녹다가 얼어붙은 고드름도 장관이고
바위 아래 역고드름도 신기하다
소복소복 돌에 쌓인 눈도
작품 전시회 같이 구경할게 많네


영시암 지나자
눈이 날리더니 점점 양이 많아지고
어느정도 오다가 그치겠지 했는데
계속 펑펑온다
올 겨울은 정말 눈 풍년 ~
펑펑 내리는 눈을 고스란히 맞으며 걷다가
수렴동 대피소에서 간식을 먹고
잠시 쉬어간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냥 좋았지
대청봉 생사의 갈림길에서 사투를 벌였던
리얼 현장도 아득히 멀어졌고
이곳까지 눈밭을 걸어 오느라
뻑뻑하게 아려오는 다리 힘듦도
곧 끝날테니
조금만 참자
편하게 백담사 셔틀버스 타고 나가면
뜨끈한 황태해장국으로 속풀이
확 ~ 해주자 ~ ~ ~


백담사 탐방분소를 지나칠려니
국공이 잠시 들어오란다
"오시느라 고생하셨어요
바람 많이 불었죠
근데 폭설로 버스 운행이 안돼요
걸어 나가셔야 합니다"
헐 ~ 🥸
헐 ~ 😨
헐 ~ 😭
어 떻 해 ~ ~ ~ ~
비닐우의를 나눠주며
조심해서 내려가란다
우짜란 말인가..
오늘은 완전 천재지변의 악조건을
다 만난 셈
피로에 살살 졸리던 잠이 확 깬다
그러나
어 쩌 겠 는 가 또 받 아 들 여 야 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옷을 바꿔입고
우산도 쓰고
마음을 다 잡고
7km
긴 긴 백담사 아스팔트 탈출길에 나선다


이왕 이렇게 된거
긍정마인드 발동
와 ~ ~ 눈 펑 펑 오는날
백담사 길을 걷다니
운동 7km 추가요
걷고 ~ 뛰고 ~ ~
흐미 ~ ~
어깨 아프고 ~
발꼬락 아프고 ~ ㅜ ㅜ

와 ~~~~~~~
용대리야 ~ 반갑다.. 😭😭😭😭😭
드디어...... end.

시원한 황태국으로 속풀이 확 해주고
.

저 아름다운 설경은
아무일 없었다는 듯 평화로운데
오늘 모든 체험은
삶의 좋은 명약이 되리.

또 다음 산행은?...


#설악산 토네이도
#오색~대청봉~중청~봉정암~영시암~
백담사~용대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