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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육구 & 영구 종주 (육십령~할미봉~서봉~남덕유/ 영각사~남덕유~월성재~삿갓재 ~무룡산~동엽령~백암봉~중봉 ~향적봉~백련사~주차장)

yahaney 2023. 12. 24. 14:50

사계절 산행 중 단연 으뜸은
설산행이고
많은 산들 중 설산의 백미는
역시 덕유산이다..👍

설경 속을 걸으며 느끼는 아름다움은
무한한 상상력을 주고
복잡한 현실과 마음을 단순화 시켜
순수해지는 가벼움이다

지난 몇 년간 눈이 귀해
설산행의 배고픔이 있던 차에
일찌감치 폭설 소식에
자꾸 마음이 먼저 산으로 달려가는데..

설악산 전역 탐방통제에도 불구하고
비탐구간 북설악을 강행한 두 사람이
생사를 달리한 비통한 사고 소식이 들려오고
오색~대청~비선대 한 코스만 개방된 상태라
산행 계획이 줄줄이 취소다

영하 13도 이하로 떨어지는 매스운 한파
심심산골은 영하16도 체감온도 20도 이하
계속 산속 기온 예보를 체크하며
포기와 용기를 반복하다
지난주 대관령 강추위도 다녀 왔겠다
만반의 준비 후 또 번개 수준으로
덕유산으로 ~  레츠고 ~ ~ 🙋

겹겹이 보온옷, 각 주머니에 핫팩 3개,
두꺼운 양말, 두꺼운 장갑
두꺼운 워머, 털모자 완전무장을 했더니
내몸에 내가 깔릴 정도로
무거운 복장, 무거운 배낭
딱 곰탱이가 따로없다.. 😆 😊
이래서 동계산행이 더 힘들다는,,

코스는 육구종주 32km / 영구종주 27km
A B 팀으로 나누어 선택
육심령에서 남덕유까지는 8.5km
영각사에서 남덕유까지는 3.4km
5.1km 차이다
한파에 폭설에 육구는 무리라
영구종주로 ~

A팀은 육십령 02:55 하차 시켜주고
B팀은 영각사로 이동 03:14 하차
차에서 내리자 마자
바로 어두운 산길로 저벅저벅 스며든다


슬슬 고도를 높히자 눈속으로 발이 빠지고
텅빈 나무가지를 흔들어대며
휘~ 휘~~우는 바람 소리는
태풍 만큼이나 세차게 불어
능선의 칼바람 강도가 짐작이 된다

차분히 쉬지 읺고 2.5km 지점 오르자
칠흑같은 어둠속 칼바람에
밤새 눈꽃을 피우는 상고대
바람이 세차게 불수록
더 큰 고통이 따라야
최상의 눈꽃을 피워내는
하얀 겨울꽃 !
이 꽃은 때 맞춰 올라야
볼 수 있는 행운이 주어진다


눈쌓인 가파른 계단을
조심 조심 오르기
그동안 아이젠 없이 겨울산행을 잘도 다녔는데
이제 만약을 대비해 휴대하고는 왔지만
아직 착용은 안한 상태라
온 몸 촉각 세포가 일제히 기립
긴장하고 집중하기


정상이 가까워지자
와 ~
히~ 야 ~ ~ !
세찬 바람결 만큼이나 상고대도
더욱 두툼하게 칼칼이 폈다

05:22
3.4km
1507m
남덕유 정상 탈환..🙋
우~ 왓~ 휘청~ 휘청~ 강풍~ 칼바람 ~ ~
인증샷도 못하고 바로 뒤돌아 빽 ~
그래도 포기 못하고 몇 컷 찍었더니
으 ~ 악~ ~ 아리 아리 손가락 마비에
눈물 콧물 아이구야 ... 😭 😭


삿갓재 방향으로 가는
내리막길은 어마어마한 눈쌓임으로
굴렀다하면 바로 흰북극곰 된다.. 😊
내리막길을 미끌미끌 겁없이
마구 미끄럼 타며
엄청난 설국 속에 있다는 사실에
가슴 벅차 오르는 환희를 즐기고..😍


1.4km / 4.8km
06:06
1240m
월성재를 지나자
슬슬 날이 밝아오고
붉게 피어오르는 태양이
차가운 산속에 온기를 비춰 준다


날이 밝아 오면서 점 점 시야가 넓어지고
눈 앞에 펼쳐지는 모든 광경에
동공확장, 환희, 벅참, 놀라움, 설렘, 감동
최고의 감탄사 폭발
밤새 걸어온 고단함은 일시에 사라지고
치명적인 아름다움 앞에
눈을 떼지 못하고
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생화는 눈으로 보는 것 보다
카메라 렌즈에 더 섬세하게 담을 수 있지만
눈꽃은 카메라 렌즈가 약하다
눈으로 가슴으로 보았기에
사진을 볼땐 가슴으로 느끼면서
또 감동 한다


< 상고대 >

밤새 상고대를 만들어내느라
어둠속에서도
산속은
끊임없이 바람이 불고

초목들은
혹한의 추위를 견뎌내야
또 찬란한 봄을
틔울 수 있기에

차디찬 눈얼음을 뒤집어 쓴 채
죽은듯이 숨죽이고
인고의 시간을 보내는
하얀 눈꽂이여 !

이 곳이
천국인가
천상인가
온 세상이 하얀 꽃가루를 뒤집어 쓴 채
수천 수만 가지의 작품을 만들어 놓고
천사를 기다리나
동심을 기다리나
그냥
이곳에 오면
동심이 되고
천사가 되는 지상낙원일세


3.8km / 8.6km
07:54
1250m
삿갓골재 도착
오는동안 허기가졌지만
대피소까지 와야 아침을 먹을 수 있다
국립공원 대피소는 해가 갈수록
시설이 좋아져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고
겨울에는 언 몸을 녹일 수 있는
냉난방 시설이 잘 갖춰져 있어 완전 땡큐다
예전엔 겨우 찬바람만 피할 수 있었고
그 조건도 산속 호텔이라 불렀었는데..😆

따뜻한 곳에서
든든하게 아침도 먹었겠다
날도 훤해졌겠다
한결 여유로운 걸음이 되어
설국 속으로 또 다시 빠져든다

햇살 속에 드러나는 백설
바람에 날아온 미세먼지도 없이
그야말로 순백색의 향연 위를
사그락 사그락 걷노라니

저 산 아래
온갖 세상 근심 걱정 욕심 일랑
일시에 사라지고
무념무상
무아지경
물아일체


하얀 백지 같은 마음이 된다

매번 토요무박 산행을 해왔지만
날씨가 넘 추우니 산객이 줄어
토요산행이 줄줄이 취소가 되었고
이번엔 연휴도 있고
무엇보다 폭설 직후라 멋진 설경을
예상하고 서둘러 금요무박
온 것이 적중했다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 오나니..😄 😍


무룡산이 가까워지자
하얀 눈 위에 하얀 구름이
훨 ~ 훨 ~ 학 처럼 날고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긴 계단도
온통 칼바람 눈꽃으로 장식되어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가를 실감하며
뒤돌아 보니
굽이굽이 걸어온 남덕유의 우람한 능선이
장쾌하게 흐른다


오모나 요녀석 봐라
이 높은 곳
엄동설한 북풍한설에
당당하게 눈꽃을 피워낸
작은 나무의 독보적 존재감
고통을 겪어야
강하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가
경이롭고
경외롭다 !


2.1km / 10.7km
10:17
1491.9m
무룡산 도착
쉬지 않고 걸어도
눈밭은 모레밭 걸음이고
신비로운 설경에 자꾸 시선마져 뺏겨
걸음이 드디기만 하니.. 😄

겨울산은 역시 덕유요
또한 덕유종주를 해야 제맛이다
힘이 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걷는
아름다운 여정길
시간이 멈춘 듯 매순간이 아름다운 공간
시쳇말로 오늘 완전 계탄날이다
이 모든 설경의
치명적인 아름다움
어쩔꺼임... 😍


4.2km / 14.9km
12:05
1320m
동엽령
어느새 배도 고파와
동업령 간이 휴게소 안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며 간식을 먹고
낮기온 상승으로 겉옷 탈이와
재정비 후 다시 출발한다


이제 백암봉을 향하는데
힘듦이 느껴진다
지금 부터는 육신의 힘 보다
마음의 힘 마음 근력으로 가야한다
바람이 덜하고 햇볕이 많이드는 곳은
그새 눈꽃이 살짝 약해진 곳도 보인다
영차 영차 긴 계단을 힘겹게 올라
퍼지지 않으려 백암봉은 휘리릭 지나쳐
연이어 중봉을 향한다

3.2km / 18.1km
13:25
1503m
백앙봉 통과


오래전 이런 설경을 만난 후
매년 그 설경을 찾아
때 맞춰 와 보았지만
이런 광경을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이번 만큼은 절묘한 타이밍에
잘 찾아들어 덕이 흐르는
덕유의 대설원 위를
장쾌하게 걷는 행운을 얻게되어
뿌듯하고 감동 한가득이다

1km / 19.1km
13:59
1594.3m
중봉


1km / 20.1km
14:40
1610.6m
덕유의 최고봉
향적봉

폭설로 엄청난 양의 눈을 이고 있는
주목나무들의 버거움이
겨울내내 이어지고
고사나무들은 하얗게 장식되어
생명이 있는 듯
존재감을 드러낸다

전국 산 중
1600 고지를 힘들게 오르지 않고
무주리조트에서 곤도라를 이용
향적봉에 올라
신세계 같은 설경을
폭 넓게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남녀노소
인산인해
향적봉 인증샷 하려는 줄이
어마어마 하게 늘어서서
정작 종주산행을 하고 온 산객들은
기다리지 못하고 먼 발취에서 스친다
하산이 버거운 산객 중
곤도라를 이용 하기도 하지만
주말엔 그 조차 줄이 길어 포기할 정도니
주중에 편하게 오르내리며 빼어난 설경을
감상할 수 있어 강추다..👍


이제 하산길
많이 지쳤지만 가파른 내리막을
최대한 탄력있게 내려서야
덜지겹고 몸의 균형을 잘 유지하여
관절 손상을 막는다

드디어
2.5km / 22.6km
15:28
백년사 도착
하얀 눈으로 뒤덮힌 사찰 풍경도
참으로 고즈넉하다

맑은 물 따라
구천동 계곡길만 왕복해도 12km
아직도 긴 계곡길이 남아있어 지쳤을 땐
이 평길도 지긋지긋할 때가 있다


유~후 ~ 끝.. 🙋
5.4km / 28km
구천동계곡 주차장

이번 산행이
당분간 단연 최고의 설산행이 되지 않을까..
처음부터 ~ 끝까지
하얀 설경 위를 걸었던 시간들이
꿈인지..
생신지..
몽롱


😍 😊 😄

다음 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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