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성큼성큼 익어가는 10월,
지리가 또 나를 부른다
아니 마음은 이미 지리로
먼저 달려 가 있다
새싹 오르는 지난 봄
지리의 기운을 만끽하고
지금 껏 잘 달려 왔듯이
또 가을 기운 만끽하고
내년 봄까지 잘 달려 가보자
몇 년 전 부터
삶의 강에너지를 얻고
장거리 산행의 거리 힘 의지 인내
도전의 용기를 유지하기 위해
지리 성중종주를
봄, 가을
한해 한 번 혹은 두 번
몇 살까지 종주할 수 있을런지
매년 인생 도전 목표로 삼고 진행 중이다
이 번에도 실천하기 위해
미리 잘 챙겨먹고
몸 만들기를 꾸준히 해 온 터라
망설임 없이 진행 한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
일행들과 함께 할 것이므로
변수도 있을 것이고
지체 될 일이 벌써 안봐도 예상되지만
그래도 서로서로 챙기고 의지하며
즐겁게 가 보자
늘 연습이 되어 있지만
무박은 계절 날씨 조건에 따라
꼼꼼하게 잘 챙겨야하고
일행까지 챙겨야하니
꽤나 집중력을 요하므로
힘듦과 귀차니즘 두 가지를 돌파해야 한다
자 ~ 출발 ~ ~ 🙋
양재에서 지리까지 거리가 멀어
일찍 출발 해야 했는데
일행이 시간을 간과해 출발이 늦어졌다
부지런히 달려 꼬불꼬불 지리산을
오르는 도중 또 차멀미 두통 유발
컨디션 잘 조절해 와도 늘 이것이 문제로다
동료들에게 간식을 나눠주며 많이 먹고
벽소령까지 달려야 한다 해놓고
정작 나는 괴로워
억지로 삼키며... 꽥 꽥 🥸
시작부터 추적추적 가을비가 내리고
기온도 스산 ~ ~
03:05
성삼재
출발이 늦다
시작길은 약간 경사진 평평한 도로라
워밍업 하기에 딱 좋은 길인데
포장 길을 자연길로 바꾸는 중인지
일부 시멘트 바닥을 드러내는 공사로
걷기가 더 편하다
아직도 노고단 공사 중이라
뱅글뱅글 돌아 거리는 늘어나고 ~
03:58
노고단 통과
1시간 늦다
다음달 11월 부터는 4시 입산이라
어쩔 수 없이 늦은 입산이 되겠지만,,
부슬부슬 비가 내리니
쌀쌀하기도 하고
길도 미끌미끌해 발끝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속도를 낸다
노고단 부터 화개재까지는
큰 오르막 없이 걷기 좋은 길이라
속도를 내면서 달려야 한다
임걸령 부근
누렇게 익은 잡초길
고즈넉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예쁜 밤 풍경.. 😊
05:40
8.5km
삼도봉 도착..🙋
삼도봉 지나
긴 긴 계단길 내려서면
뱀사골로 가는 화개재
슬슬 날이 새며 어둠이 옅어진다
차멀미로 간식을 제대로 못먹멌더니
벌써 급허기가 몰려와
토끼재 오르막에서
인삼과 샤인머스켓을 단체로 나눠먹고
긴 오르막을 오르니
다행히 비는 그치고
날은 환하게 밝았지만
찬란한 해돋이는 못보는 날씨다
지난 봄엔 연분홍꽃 앞에서
해피맘으로 물들었었는데
지금은 알록달록 가을꽃 앞에서
또 해피맘으로 물든다..😍
부지런히 달리고 달려
07:47
13km + 1km
연하천 도착..🙋
분명 벽소령 가서 아침 먹어야
시간 단축되고
나머지 길이 다소 편하다 했건만
배고파 못간다.. 손사래치는 통에
대피소에 들어가 조찬을 하고나니
08:26
이 시간이면 벽소령에서 식사 끝낼
시간인데 점 점 시간 오버 ~
처음 종주하는 이들이 있어
시간 거리에 대한 감이 없다.. 😄
비록 아침 햇살은 없지만
촉촉히 젖은 땅 위로
나폴나폴 내려앉은 갈잎을
사뿐사뿐 즈려밟고
가을향기 맡으며 상큼하게 걷는
연하천 길에서..
나는 여행의 참 맛을 느낀다!
이런 날씨를 곰탕이라 하지만
지리 능선의 구름속을
신선 처럼
걷고 있는 것이다
구름이 몰려 다니는 날씨라
형제봉에서
거대한 운해를 왕기대 했건만
그런 행운은 매번 주어지지 않는다는
그래서 또 다음을 기약하고..
늘 신비한 세계로 들어가는 관문처럼
몽환적인.. 애길'
산은
맑은 날은 맑은대로
흐린 날은 흐린대로
오만가지 풍경과 느낌을 준다
이렇게 운무로 뒤덮힌 날은
산세를 넓게 보지말고
가까이 더 가까이 보고
스스로의 내면도 들여다 보면서
고요한 발걸음으로 걸으라하네
09:39
17.6km
벽소령 도착..🙋
대피소 앞에 물 보충 수도
꼭지가 생겼다
이래서 배낭 무게를 많이 줄일 수 있다는
벽소령 지나 세석까지는
거리도 멀고 힘듦이 느껴지는 싯점이다
아 ~ ~ 운무 날개짓 앞에
걸음을 멈추고.. 환희 만끽..😄
꽁꽁 얼어 붙는 한겨울 빼고는
산객들에게 생명수가 되는
선비샘
늘 올때 마다 이 높은 곳에
물이 흐른다는게 신기하고
심신의 쉼을 주는 휴식공간이다
시야가 뿌옇던 운무가 걷히자
끝없이 펼쳐진 산그리메와
뭉게구름의 웅장한 풍경이
거대한 바다 물결 같이 일렁인다
이런 광경을 보면서 쪼그라들었던
가슴 평수도 한뼘이나 넓어지고..
운무는 또다시 지리를 완전히 뒤덮고
마음으로 천왕봉을 찾아보라 하네
울긋불긋 꽃피던 봄
알록달록 물들어가는 가을
올 해도 지리를 온전히 품었다는
환희의 발자국..👣👣
세석으로 향하는 지옥계단도 한방에
올라서고
이제 이 계단도 크게 부담스럽지 않다
다음엔 어떨런지 몰라도..😄
캬 ~ 파란하늘 뭉게구름 빨간단풍
가을을 만끽하며 걷는
지리지리한 능선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12:40
23.9km
세석 도착..🙋
곧 바로 세석대피소를 지나
촛대봉 오르기전 넓은 데크에서
간식겸 휴식을 취하고
촛대봉을 넘어
장터목을 향해 걷는 길은
가을색이 더욱 진하다
굽이굽이 능선길 중
애정길
'연하평전'
이 길에 들어서면
사시사철 정감이 흐르는
아름다운 길이다 !
길 위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은
예쁜 그림이고
예술이다
14:26
23.9km
장터목 도착..🙋
천왕봉 넘어야 할 시간인데 많이 늦다
후미에서 탈줄자가 나올지
아직 소식이 없는 상태에서
세석봉을 바로 오른다
지난 여름 무성했던 나뭇잎
어느새 다 떨구고
새파랗던 풀도 누렇게
퇴색되어 가는
공허로운 풍경이.. 참 예쁜길
통천문 통과
아 ~ 멀고도 먼 길을 줄기차게 걸어 왔기에
아리아리한 다리통증을 느끼며
남은 힘 마져 힘껏 끌어올려
마지막 고지를 향해
빡센 오르막을
한 발 한 발 오른다
지나온 길 뒤돌아 보지말고
신선처럼 훨 훨 오르라며
지리를 하얗게 덮어 버린다
사시사철 변함없이 천왕봉을 지키는
호위무사 앞에서
여기까지 호기홉게 걸어 왔노라
뽐내보지만
춘하추동 갖은 풍파 겪는
저 용맹스런 나무 앞에선
그저 바람에 날리는 작은 먼지 한톨이리라
그래도
늘 한결같이 그 자리에 있어
반갑다
15:26
28+1km
천왕봉 도착..🙋
가을에도 마음 먹은대로 굳건히 왔노라
한 번 두 번.......수 번을 와도
늘 가슴 가득 차오르는 환희
낯선 곳으로의 여행은 설렘이 있다면
익숙한 곳은 늘 그리움이 있다
이번엔 지리의 주봉이
온통 운무에 잠겨
깊숙한 침묵으로
쉼을 한 후
새로운 가을 모습을 드러낼 모양이다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로 찬바람이
세차게 불어
사진 한장 찍기도 쉽지 않네
종주하고 내려서는 급경사 하산길은
마무리의 고통이 따른다
끝이 더 힘들고 지루할 수 있으므로
지친 몸을 잘 다스려 차분히
힘 조절 하여
터벅터벅이 아닌 사뿐사뿐
최대한 부드럽게 내려서야 한다
그래서 장거리 하산길은
무릎보호대를 하고 내려서는게 좋다
내려오는 길에 산악구조대가 올라가며
사고가 났단다
바람이 세더니 부상자 발생인가 보다
17:50 / 18:40
34.5km
우왓~~ 끝났다..🙋
예상 시간 보다 많이 걸렸지만
후미까지 무탈하게 모두 종주한 것 또한
많이 뿌듯하다
(하나 하나 꼼꼼하게 챙긴 보람이 ㅋ)
감사 감사.,👍😊 😍 😄
늦은 하산으로 식당 종료라
차를 타고 나가다가 만난 식사가
의외로 너무나 맛있어
또 기회되면 찾고 싶은
반찬류 & 추어탕..👍
다음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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