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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령 망대암산 점봉산 조침령 (한계령~망대암산 ~점봉산~ 닭목령~ 북암령~ 조침령)

yahaney 2023. 9. 4. 11:31

맹렬하던 무더위도 기세가 꺾히고
슬슬 계절 바뀜의 싯점에
저 멀리 남쪽 끝이 아닌
북쪽 한계령에 발을 내린다

한동안 남으로 남으로 달리다
오랫만에 설악 냄새를 맡으니
강원도의 상큼함이 확 다가온다

다시 밟는 대간길 ~
한계령~점봉산~닭목령 구간은
출입통제구간이라
일반적으로는 잘 안가는 곳이지만
대간꾼들은 줄기를 이어가기 위해
어려운 조건들을 돌파하며
갈 수 밖에 없다

한계령에서 오르는 망대암산은
매우 위험한 암릉구간이라
조침령에서 들머리로
밝을 때 내려오는 방향으로 할까 하다가
다시 바꿔서 힘있을 때 돌파하자며
필레약수터길 철조망을 돌아 진입한다

01:40 ~


수 년 만에 왔더니 기억이 가물가물
초입 오르자마자
좌 우 갈라지는 길에서 살짝 헤갈리다가
좌측 양양 방향으로 가보니 맞았고
얼마안가 암릉 시작
첫 번째 바위에 달린 줄을 잡고
차분히 오르는데 습기먹은 바위가
미끄러워 바짝 긴장 또 긴장


줄이 안전한지 당겨보면서 확인도 하고
조심스럽게 오르지만
심장이 쫄깃쫄깃 후덜덜 ~ ~ ㄷㄷㄷ

흐미 ~ 바윗길이 이리도 많았단 말인가
몇 번을 넘고 넘어도 계속 이어지는
아슬아슬 암벽타기
서로서로 안전에 주의를 요하며
한밤의 외출타기가 이어지고 ~


이런 어려운 조건에서도 길이 있다는건
선답자들이 지나간 길이고
오래전 두 번 넘었던 기억은 가물가물
한 번은 이곳을 패스한 듯~

어차피 선택한길 용기내어 오르내리며
스릴을 즐긴다


< ... 먹고 살겠다고 찾아와서
난리를 치고... ㅋㅋㅋ >


꽤 긴 시간 바위타기가 이어지다


ㄷㄷ.. 제법 쫄았던 암벽


쉼 없이 오르내리는 망대암산 길을
5.7km 진행해야 하니
진행 속도가 많이 더디지만
첫째도 안전 둘째도 안전

칠흙같은 어둠속
여기가 어드메뇨
갈길은 안보이고
바위만 가득한 산속에서
어둠속을 환하게 비추는
아름다운 하현달.. 😄


03:38
두 시간 반을 바위와 씨름하다
드디어 암릉지대를 벗어나
육산길에서 만난 야생화 흰진범꽃이
왜이케 이쁘노.. 😍


위험지대를 무사탈출 했다는 안도 속에
편안한 육산길을 걸으며
그래도 하산길 보다 오름길이
조금 덜 위험하다는 결론을 내리며
오손도손 이야기 꽃을 피우며 걷는데

반대쪽에서 불빛이 내려온다
온통 이슬을 흠뻑 뒤집어 쓴 채
옷이 다 젖은 걸 보니
물기를 먼저 털어주고 지나가니
우리야 그저 고맙지.. 😄

서로 인사 나누며
어디서 출발했냐 물으니
구룡령에서 왔단다
금요무박을 하고 이곳까지 온 셈이다
대단들혀 ~ ~
암릉 하산길이 매우 위험하니
조심하라 당부하며
서로를 응원하는 동병상련의 반가움..😍

04:53
7km
점봉산..🙋
한 번 오기 쉽지않은 산을 오르니
감회가 새롭고
선선하게 불어오는 동해바람에
땀을 식히며
점봉산 아래 사방 운무바다를 이루는
멋진 광경에 환호성을 지르나
어둠 속이라 사진은 담지 못하고
가슴에 담는다


정상에서 비박하던 분들이
행복한 잠에서 깨어나 인사를 나누고
일찍 단목령 통과를 목표로 고 ~ 고 ~


힘든 구간 망대암산 점봉산을 넘었으니
편안한 육산을 쭉 쭉 겉으면 된다


오래전 이곳을 통과할 때
국공한테 걸려 삼십육계 줄행랑치며
저 아래 계곡 쪽으로 산죽을 밟고
마구 도망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웃음이 절로 나온다.. 🥸 😄 😀

07:19
13km
닭목령.. 🙋
여보세요 ~ 국공님 ~ 😛
이른 시간이라 다행히
아무도 없당께요..😀


어려운 구간, 통제구간을
다 벗어났으니

시원한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여유롭게 아침밥을 먹는다

흐 흐 ~ 이리 해피할 때가
무박산행 중

계곡물에 발 담그고
아침을 먹어 본 적이 있는가

오랜 세월 중
아마 처음이다

밤새 달려온 노고의 발은
1급 청정수에 담그자마자

모세혈관 말초신경 관절 마디마디가
얼얼한 시원함에 비명을 지르고

온 몸의 피로가 싹 빠져 나간다
오 ~해피 ~ 해피 ~ 😛 😄


조찬이 끝날무렵 비가 떨어져
후다닥 우의를 입고
오르막을 오르니
헉 ~ 헉 ~ 숨차 ~ 숨차 ~

이내 비는 긋치고..,

09:11
16km
북암령..🙋


'나는 오늘도 산에간다'
리본 글귀가 재밌다..😄
그렇지 나는 오늘도 산에 왔지
어느 산이든
산에 오면 자유롭고 평화롭고
넘 행복하지
힘들고 또 힘들어도 무박산행이
즐거운 이유
100가지~?
나열하라면 할 수 있지..😆


흙내음 풀내음 진하게 맡으며
걸어가는 산길에
어쩜 이리도 진하게 피었을까
참 예쁘다 !


간간이 쉬다가
부지런히 걷기를 반복하며
오늘의 끝지점에 내려선다

10:40
23.1km
조침령..🙋
잘있었구나
참 오랫만에 와보는 길 ~ ~

무박남진 무박북진 무박북진
세 번 다 총무를 도맡아 하고
그리고 지금까지도 만년 총무를 하면서
특권을 누려본적도 회비를 안내본적도
단 한 번도 없이 무한 봉사를 하고 있다
오히려 더 챙기고 늘 먼저 배려했다
그 사이사이 명산산행 도전산행을
쉼 없이 하면서 10년이 훌쩍 넘었고
지금은 거의 산악회가 유명무실해질
정도로 회원수가 줄었지만
그냥 가족 같이 운동, 여행삼아 다니는
아름다운산악회다
끝없이 챙기고 다독이고 조율하면서도
생색내거나 짜증내거나
갑질을 해본적이 없다
그래서 회원들에게 존중 받는건 사실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짠했다

함께 걷던 동료가
어떤 이유로?.. 대간, 정맥
하루 아침에 잘렸단다
그말을 듣는 순간 너무 놀랐다..🥸

늘 즐거운 걸음으로 함께 했는데
오도재~한치재,
가고 싶었던 녹차밭 구간을
편히 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차라리 점봉산 구간을 온 것이다

대간~ 도전산행~ 목표산행을
어디가서 명함 내밀 정도는
할 만큼 해보았기에
그 모든 시간 속에 한 땀 한 땀 베여있는
용기 희망 노력들이 얼마나
귀한 것들인지 너무나 쟐 알기에
더욱 안타깝다

대간, 정맥의 장거리를
장시간에 걸쳐 온 정열을 다해
그 긴 시간에 촛점을 맞추고
열정을 불사르며 노력한 시간을
어떤 이유로?...
그 힘들여 노력한 귀중한 시간들을
양쪽 얘기도 안들어 보고,
조율도 없이,
일방적으로,
타인이,
하루 아침에,
싹둑 자른다?,,,,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진짜 놀랍다 🥸

더군다나 비영리산악회아닌가
서로 서로 은혜를 주고 받으며
지금까지 왔을 텐데
누가 누굴 자르고 말고가 어딨냐고..
본인이 싫어
스스로 떠난다면 어쩔 수 없지만
개인이 쌓아온 피같은 노력을
일방적으로 싹둑 재단해버린
권리와 특권?.. 🥸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내가 다 가슴이 먹먹하다

그리고
그 긴 시간 고락을 함께한 동지들이
가만있는다?
나만 피해 없으면 된다?
내갈길 가기도 바쁘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남의 일 같지
않고 화가 난다

지금까지 그 긴 여정을 달려오는 동안
노력, 시간, 돈, 열정, 희생, 고락이 녹아
서로에게 도움이 되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을 텐데..
그만한 이유로
싹둑 자를 수 있는... 그 권리 대단하다
그 보다 더한 갈등도 수두룩 봤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처단?.. 하는건
처음봤다.. 헐이다 헐 ~

한쪽 말만 듣고
한쪽 편을 드는 것이 아니라
그 힘든 과정 하나하나를 알기에
그냥 객관적으로만 봐도 그렇다
꼭 그런 식의 결정이여야만 했는가
잘 조율하고
잘 포용할 순 없었는가...
긴 노력의 끝이 얼마 안남았는데
조율의 테크닉이
터프함 대 터프함
투박함 대 투박함
그 방법 밖에 없었단 말인가..

대간, 정맥의 정신이 뭐냐고요?

어떤 사회든 두 사람 이상만 모이면
늘 갈등이 생기고
생각이 다르고
불협화음이 생기고
이기심 이타심의 엇박자가
생기기 마련인데
그러나 그것 또한
알고보면 세상 무너질 일도 아니고
왠만큼 조율 포용해서 세월지나면
또 아무것도 아닌듯 웃게 되고
그리 가혹하게 자르지 않아도
가지말라 붙잡아도
결국 세월가면
자연스레 떠날 사람 떠난다

직장 외
산에서 조차 거친 산꾼들의 조율과
관계 정리를 정말 징글징글하게 해봤고
지금도 ~ ing

무박산행에서
책임 의무 희생이 요구되는 자리도
어느듯 10년이 ~ 훌쩍 넘어 맡고 있기에
애로사항도 잘 알고
대충 얘기 들어도 짐작이 가고
어떤 처신과 조율이 필요한지도 안다

보통 일반적인 산행에서 얻는 즐거움과
대간, 정맥, 도전산행에서 얻는 즐거움은
비중이 다르고 산우애도 각별하다
고통을 초월하여 얻는 성취감 즐거움을
공유하는 전사들의 전우애랄까
"함께 걷던 동료가 아프면 나도 아프다"
"함께 걷던 동료가 다치면 어떻하든
부축하고 기진맥진 같이 하산한다,
속리산 문장대 구간에서 동료가 발목이
부러져 그 동료를 양쪽에서 죽을동살동
부축하고 하산했다는 얘기도 들었다
그런 분이 잘린 것이다"
그런 우여곡절 속에
서로 서로 배려 이타심 희생을 버무려
함께 걸어 온
그 끝이 얼마 안남았는데..
그 긴 여정의 길을 걸어 본 사람은
어떤 과정이 녹아 있는지 안다
이게 보통일인가... 생각할 수록 슬프다

그렇게 장거리를 걸어왔는데..
"나 이제 대간, 정맥 못갑니다" 라는 말이
왜 그리도 짠하던지
하루 아침에 내동댕이 처진 상황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상황이 더 슬프다

추우나 더우나 어둠길을 걸으며
고락을 함께한 전우애가 있기에
진정한 산악인은
의리에 살고 의리에 죽는다
그런데 3년 동안 올인해서 달려온,
한 발 한 발 피와 땀을 흘리며 달려온
그 끝자락에서...
대간도 나가주세요?
정맥도 나가주세요?
뭔.. 죽을 죄를 지었나..

서로가 필요했던거, 잘한거는 다 잊고
뭘 얼마나
악의적인 실수를 했길래?
설령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처
곧 긴 여정의 끝을 앞두고 있는데
서로 서로 도움 주고받을 땐 언제고
누가 누구를 자른단 말인가
정말 그러면 안된다
정말이지 이런 경우는 처음 봤다

대간부터 ~ 지금까지
책임자 위치에도 있었고
완주해 본 경험자로서 한쪽 편을 들고
누구를 두둔하는 차원이 아니라
이런 처신에 "비애"를 느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내가 다 허무해져
1초도 망설임 없이
대간 마무리 동행해드리겠습니다, 했다
의리..🙋


다음  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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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암령 #조침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