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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남정맥 10구간(어림고개 ~별산(오산)~묘치재~천왕산 ~서밧재~천운2봉~천운산~ 돗재)

yahaney 2023. 7. 3. 16:48


장마가 잠시 쉬어가는
7월 첫 날
짙푸른 여름 산속으로 여행을 떠난다

버스가 장시간 달리고 달려도
계속 질주하는 멀고 먼 거리 ~
땅끝을 향해 가는 정맥 줄기의
무명 산들을 찾아들면
그저 신기하리라 ~

다행히 비도 잠시 쉬어 간다니 더 좋고..

지난주 장거리 라이딩으로
열오름과 갈증을 못참고
냉물 얼음물을 쏟아 부었더니
직방으로 여름감기 심한 콧물 고열 두통에
사 오일 시달리는 우를 범했으니 ~ ㅜ
끙끙대며 천연면역력으로 이겨낼 쯤
비가와도 짙푸른 풀냄새 흙냄새를
실컷 들이키고 싶었다

본격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니
일찍 입산 일찍 하산을 목표로
평소 보다 한 시간 앞당겨 달려왔는데도
워낙 먼 곳이다 보니
02:30
화순군, 들머리 어림고개를 시작으로
축축한 숲을 헤치고 진입 ~


그동안 장마비에 무성히 자란
잡초들로 꽉 들이차
그나마 희미한 길 조차 잘 안보여
가다말고 뒤돌아
다시 길 찾기가 반복되며
진행이 드딜 수 밖에..


바램대로
청정한 짙은 풀내음 흙내음을 맡자
지끈지끈 하던 머리가 맑아지기 시작
몸 속 기운도 오름을 느끼기 시작하니
내심 기분 급상승.. 😄

풍력발전기 공사로 맥길 끊김이 많아
도로 따라 걷기도 하다가
03:49
첫 번째 별산 오름은
목전에 두고 패스 ㅡ
다음 길 찾기도 여간 헷갈리는게 아니다
그래도 길은 찾아가고..
반가운 시그널을 보며 오르고 ~


천지분간이 안되는 산속에서도
선답자의 감각과
저마다 트랭글을 켜고
힘을 모아 이리저리 흩어져
기꺼이 길을 찾아낸다

여기도 아야
저기도 아야
악, 악,,,
나무가지에 찔리고
가시덤불에 할퀴고
키 보다 더 큰 산죽을 헤치고 가느라
정신이 혼미하다
복장은 이미 노숙자 행색..😄
만약 이런날 비라도 왔으면
상상만으로도 아찔 ~ ~

가시덤불을 헤치고 가면서
드는 생각..
인생길이 가시밭길이라더니
똑 같구나
이 만큼 살아내고
뒤안길 돌아보면
즐거운날 행복했던 순간들도 많았지만
아픈날 슬픈날 힘든날도 많았고
그런 상황 상황마다
잘 참고 견디고 이겨내고 살아온 시간들이
이 산속 같은 상황들이 아니였나...

찔리고 할퀴고 쓰리고 힘이 들어도
순간 느끼고 추스려 또 전진해 나가듯
희락만 취하고
노애는 피하려 하지 않았고
트랭글 없는 인생가시밭길을
능력껏 성심을 다하는 재주로 잘 승화 시켜
차근차근 헤치고 나아가며
인생1정맥 ~ 5정맥 끝자락 길을 걷고 있다
인생정맥은 몇 정맥까지 오를 수 있을까
6, 7, 8, 9, 10정맥.. ㅎㅎ

누구는 20~30대 청춘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하는 이 있지만
이 만큼 살아내고 보니
그때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전혀없다
모든게 미슉했던.. 철없는 젊음
불확실한 미래 진로 번민 갈등으로
불안하고 두려웠던 그때 보다
오히려 경험치가 쌓인 지금이 더 좋다
조건 상관없이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힘과 안목이 생겼고
어떤 길을 가든 가름 할 수 있는
판단과 용기가 생겼고
무얼해야 좋을지 어딜가야 좋은지
선택 판단 결정 사고 지혜 지식 상식들이
내 남은 생을 살아가는데
소박하나마 부족하면 부족한대로
눈치 볼것도
크게 불안할 것도 없이
유연해진 평정심으로 무던하게 바라보고
적어도 세상 이치의 옳고 그름을
분별할 수 있는 지각으로
소신껏 살아갈 내공의 자산이 생긴
지금이 좋다"

인생가시밭길 같은
무명의 거친 산속을 걸으며
오히려 내면의 상처들이 치유되고
새살이 돋는 듯한 상념들로 채워지는
긍정시간, 좋은 여행길이 된다

그 순간,,,,,,,
우~와~왔~~ 따~ 다~ 닥~~
이 게 모 야 ~~~~~😱 😱
땅벌 영역 무단 침입죄로
양쪽 다리 세 방 맞고 혼비백산 도망~~
내려 선 곳이
05:22
묘치재다

가장 자연그대로의 가시밭길, 산죽길,
우우죽순 초목 산길을
밤새 정신없이 걷다가
날샜네.. 😄 🥰


물 한모금 먹고
휴식을 취한 후
후답자를 위해 진입로에 시그널을 달고
가파른 오르막을 오른다


오르막에서 허기가 느껴지기 시작
기운이 떨어지지만
일단 올라서야 하고
바람 불고 편평한 곳을 찾아
더 진행하며..

죄지은 자 주리를 틀어라.. 주라치를 지나

🌲..
운무 깔린 푸르른 산속으로 걷는
산객과 어우러진 풍경은
정말 아름다운 그림이다

오르막을 하나 더 올라
능선에서 조찬을 밋나게 한다

산 이름이 넘 거창한 거 아닙니까?
07:25
천왕산..😄


장마철에 왕성하게 피는
정원에 핀 장미 보다 더 예쁜
야생 원추리..
풀숲에 한송이씩 도도하게
피어있는 모습은 정말.. 팜므파탈이다


높은 지열 속에
우기 듬뿍 흡입하고 생생육육
한껏 자란 초목 사이로 걷는
여름날의 초록여행.. 🌿☘️🍃🌲

두 다리로 걷는 여행 중
단연 최고 아닐까..
(그때는 힘들었지만
남겨진 사진은
뿌듯한 추억이 되고
내가 그린 그림이 되고
작품이 된다)


이 더운날
굳이 안가도 되는
구봉산은 패스 ㅡ


08:45
서밧재로 내려서서
잠시 열기를 식히고..


광주학생교육원을 지나는데
팻말 문구가.. 😄
[산속에 들어가면 위험합니다]
ㅋㅋㅋ
거친 산을 몇개나 넘어 왔는데..


드디어 마지막 산
09:30
천운산 제 1쉼터
힘차게 오르자
영차 영차 ~ ~

10:02
제 2봉
에고 ~ 에고 ~
푹 푹 열기 오르고
힘들다 ~ 힘들어~ ~

힘듦 게이지 ~ 급상승
더위 게이지 ~ 급상승
인내 게이지 ~ 급상승
쉬엄 ~ 쉬엄~ 거북이 걸음으로
오르고
오르고
또 올라도
정상이 어드메뇨..
천운산이 이리 큰 산이였단 말인가..

쓸어진 소나무도
힘들게 생명을 이어가는데
힘내자 영차 ~


저 만치 숲속에서
어서오세요
여기가 정상입다다..  반가운 목소리가
들려오고 ~ ~
드뎌..
10:40
천운산 정상에 서다.. 🙋

마지막 휴식을 취하고 ~ 🍒 🍒


한결 여유로와진 하산길에
재미있는 바위를 만나
부처님 놀이도 하며.. 🙏 😄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11:22
돗재

이번엔 특색 있는 산이 없었던 반면에
온통 정글 같이 거친 풀숲,
산죽, 벌, 쐬기, 오르막, 무더위와
한바탕 전쟁을 치른
가시밭길 산행이였다.. 😍

< 산행=인생 >

나는 알았다
산행이란 결국
배움이라는 것을

산행이란 결국
자신의 삶을 뜨겁게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는 일이라는 것을

산행을 통해
나는 내 삶을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거리 22km, 소요시간 8시간 50분

다 같이 힘든 산행 끝내고
대접 받은... 맛난 갈비탕 😄
체력 보충..  감사합니다..🙏


천운산 영지버섯..🥰


양다리 풀독 & 봉침 세 방


모든 과정 하나 하나가
의미가 되고
피가되고
살이되고
값진
추억이 된다.. 😄

다음 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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