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남진 2구간 (미시령~황철봉~저항령~ 마등봉~마등령~오세암~ 영시암~백담사)
바야흐로 10월은
맑은 유리 창문 너머로 펼쳐지는
온 세상 풍경과
맘껏 동화되는 날들이다
02:24, 미시령
잠시 스치고 지나갈 이 축복 같은 날에
살갖에 스치는 산뜻한 바람안고
미시령 고개 올라서서
무수히 쏟아져 내리는 별들을
가슴 가득 쓸어 담으며
미지의 세계 같은 황철봉을 향해
한 발 한 발 깊숙히 스며든다










지난번 진부령 신선봉 1구간과
이번의 미시령 황철봉 2구간은
대간팀이 아니면 거의 산행을 안하는 코스로
매우 난코스다
얼키설키 무질서하게 엉킨 바위길을
조심스럽게 디디며
고도를 높혀 오르다가
좌측으로 내려다 보는 속초 밤풍경
이 어두운밤 캄캄한 산속에서
저 풍경을 내려다 볼 수 있는
나만의 특권에
의기양양 기세등등 해지는
기분 좋은 힘
이런 느낌을 두텁게 쌓아가는 힘은
삶의 용기가 되고 피가되고 살이된다




비탐구간,
입산을 금지 하면서도
대간팀은 기어히 뚫고 지나갈 수 밖에
없음을 알고 꼿아 둔 길라잡이 봉
한겨울 칼바람은 아니지만
제법 차가운 바람이 불꺼라 예상하고
옷을 단단히 입고
너들지대를 올랐건만
살랑살랑 부는 가을바람이 너무 상쾌하다!

04:29, 황철봉
척박한 깊은 산속에서
마치 보물이라도 찾아낸 듯
황철봉아 반갑다..🙋



계속 반복되는 너들길
극도로 조심하며 걷는 속도는
시간당 얼마 못가는 길이라
더딜수 밖에 없다


지금 쯤 울긋불긋 단풍이 고울 때인데
늦더위로 가을 준비를 못하던 나뭇잎들이
급하게 메말라 가고
그 속에 한 떨기 단풍이 고아라

캄캄한 산속을 뛰엄뛰엄 걸어오는
동료들의 불빛

동해바다 위로 여명이 밝아온다
오늘도 해가 뜨고
새 날은 밝아오지만...
삶의 모든 부분들을 까맣게 암흑 속으로
침몰시키는 비상식의 어지러운 세상 앞에
5년 가끼이 자나깨나 모든 일상에서
한 순간도 떨치지 못한는
분노 걱정 답답함...어쩌다 이지경이 되었는지
헌법을 유린한 참혹한 비상식과
거짓에 집단적 실어증 침묵증에 걸린
비겁함에 호흡 곤란이 올 때도 있다
이런 집단적 침묵 속에서도 진실을 찾고자
고군분투하며 밤하늘을 밝히는 은하수 같은
귀한 존재들이 있기에
작은 힘이나마 끝까지 쫓아가자





무박산행의 최고 클라이맥스
어둠의 장막을 깨고
온 세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이 아름다운 순간의 실루엣!
이 순간은 찰나에 스치고 지나가므로
모든 장면들을 하나 하나 포착하느라
정신이 더욱 맑고 또렷해지고
생동감 있는 가을 아침을 리얼하게 마주한다


암흑속에 빠져있는 이 어둠의 세계가
한줄기 빛으로
하나 하나 거악의 무리들을 드러낼 수 있도록
태양신이시여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숲속으로 스며든 눈부신
가을 아침 햇살 속을 차분히 걷는
이 시간이
참으로 귀하다!



너들지대를 넘고 넘어
마등봉을 오르는 돌길 ~







마등봉의 표지판이 사라졌더라
07:30, 마등령
비탐구간을 안전하게 벗어나
마등령에서 선두는 맛난 조찬을 하고 나니
중간도 금줄을 넘어와 조찬을 하고
후미는 기다려도 오질않아
슬슬 오세암으로 내려선다







바닥에 드러누운 채 생존하는 나무
땅에 닿은 가지는 새로이 뿌리를 내리고
또 다는 줄기도 뻗어나와 개체수가 늘어난다


09:18, 오세암
유리창을 넘 깨끗이 닦아
가을 하늘을 아주 청명하게 볼 수 있는
축복된 날이다!
선두대장이 뒤따라 오더니
특별히 공지도 없었던
가야동계곡 탐방하며 간다 하길래
우린 그냥 영시암 방향으로 가겠다 하고
각자 진행한다


지금 쯤이면 울긋불긋 가을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야하는데
올 가을은 늦더위 탓에 아랫쪽은
아직도 여름 숲속을 걷는 듯 시퍼렇다

계곡물 속에 비춰진 가을하늘도 예쁘고 ~

너들너들한 길을 걸어온 다리도
좀 쉬어가자 ~

역시 설악은 어느 곳을 가나 ~
어느 방향을 보나 ~
하늘이 베푼 은혜로움이요
자연 예술작품이다!
이런 귀한 비경 절경을 품기 위해선
그 만큼 대가도 치러야 한다
세상은 공짜가 없다
자유도 공짜가 아니듯
자유를 내가 지키야 함을 새삼 알았다

11:49, 백담사
18km ~
산행은 종료되고
셔틀 버스를 타고 6km 떨어진
주차장으로 이동한다
지난 겨울 이곳으로 하산하던 도중
많은 눈이 내려 버스 운행 중지로
도로 따라 걸어내려 간적이 있는데
산행이 끝나고 아스팔트를 길게 걷는 건
상당한 고역이다

12:20, 주차장
버스를 찾아 배낭을 내려놓고
후미가 올 때를 기다리며
시원한 막걸리 타임 ~
어라,,
14시가 넘어가도 안온다
배고파 그냥 식사를 먼저 한다
어라,,
15시가 넘어가도 안온다
심하네.. 이게 무슨 일이래 ~ ㅜ ㅜ
계곡으로 빠지지 않고 도착한 두분들도 역시
영문도 모른 체 기다리는 중 ~
16시가 넘어가고 ~
긴급 투입된 산악회 대선배라는 분이
연락을 취하며 들리는 소식은
가야동계곡 탐방에 들어갔다가
쉽게 빠져나오질 못해 언제 올지 모른단다
헐 ~ 헐 ~이다
언제 올지 모른다니.. 진즉에 알았으면
그냥 대중교통 타고 먼저 가는게 상책인데
17시, 지금이라도 그렇게 할까
버스 운행 시간을 검색하다
그것 역시 넘 늦어버린 시간,,
어이없고, 화도나고, 갈팡질팡 ~
셔틀버스를 타고 나올 수 있을지도
장담 못한단다...대박 ~
어떻게 난이도 높은 대간 2번째 구간을 하고
공식 공지도 없이, 의논도 없이
훈련이 덜 된 팀을 이끌고 또 비탐구간 계곡을
갈 생각을 했는지... 물론 좋은 경치를
보여주고 싶었던 의도였겠지만
무리수를 둔 사고다
걱정반, 짜증반으로 만감이 교차하네
대간을 진행하다보면 여러 애로사항을
다 겪어 봤기에 이해하고 배려해야 하지만
또 이런 경우는 처음이다
점 점 언제 올지 모르는 상황
또 식당가서 2차로 저녁밥을 먹고 ~
18시 반이 넘어가니 1차 일행이 도착
후미는 19시 셔틀버스 막차를 탈수 있을지도
장담 못하고 자칫 걸어와야 할지도 모른단다
정신이 번쩍든다
일단 렌턴을 챙기고 등산화를 다시 신고
배낭이라도 받아주러 나갈 준비 후
막차를 기다리는데
다행이 모두 도착이다
땀범벅 되었으니 샤워하러 가는통에
또 늦어지고 ~
19시 40 쯤에야 버스 이동
식당 문은 다 닫고
예약한 식당도 객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취소도 안되는 상황
화를 내며 음식을 갖고 가란 식으로
모든 메뉴를 포장해 문 밖에 내놓고
퇴근해버린 상황
다들 배고프니 맨바닥에서 허급지급 먹는
웃픈 광경
아 ~ 난리 난리가 아니였다

20시 30 쯤에야 출발 ~
8시간의 긴 긴 기다림의 하루
짜증 잇빠이...폭발도 못하고.... ㅜ ㅜ
겨우 사당역 막차를 타고 귀가
(그 와중에 졸다가 복정역에서 허겁지겁
폰을 놓고 내린분이 택시를 타고
다시 버스 뒤따라 온단다....푸하하)
다음 산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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